[사설]무너진 국방ㆍ치안 컨트롤타워, 언제까지 방치할 건가

  • 등록 2024-12-23 오전 5:00:00

    수정 2024-12-23 오전 5:00:00

비상계엄 사태의 여파로 국정 전반이 혼돈 상태에 빠진 가운데 가장 우려되는 분야는 국방과 치안이다. 최고 통수권자인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소추를 당해 직무가 정지된 데다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구속되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사퇴했다. 군에서는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여인형 방첩사령관,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특전사령관 등 주요 부대 지휘관들이 줄구속됐고, 경찰에서도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이 구속됐다. 국방과 치안의 지휘체계 붕괴가 국민의 생명과 국가·사회의 안위를 위태롭게 할 지경까지 이른 것이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고 국방·행안부와 군·경찰 지휘부의 직무도 대행 체제로 가동되고 있으나 이런 체제로는 국방과 치안을 안심할 수 없다. 일상적·반복적인 업무와 기능은 유지되겠지만 돌발적인 비상 상황에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대행 체제로는 북한의 느닷없는 도발이나 예고 없이 일어나는 재난에 제대로 대비하기 어렵다. 국방과 치안에 대한 불안감이 국내 소비와 기업 활동은 물론이고 외국인 투자와 인바운드 여행도 위축시켜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이 같은 국방과 치안 불안 해소를 위해서는 책임 각료인 국방부 장관과 행안부 장관을 조속히 새로 임명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현상 유지에 머물지 않고 각료 임명이라는 대통령 권한의 적극적 행사까지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일부 있지만 우리 헌법에는 권한대행의 권한 범위에 관한 구체적 제한 규정이 없다. 게다가 국방과 치안의 무너진 지휘체계는 한시도 방치할 일이 아님을 고려하면 한 권한대행이 적임자를 골라 임명하는 데 반대할 국민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물론 적임자를 고르기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적임자로 여겨지는 인물이라도 임기가 몇 개월에 불과할 권한대행 체제의 정부 각료 자리를 선뜻 맡겠다고 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런 만큼 후보 추천과 국회 청문 등 두 장관 인사의 전 과정에서 여야가 정치적 협조를 해줘야 한다. 여야는 우원식 국회의장의 제안에 따라 가동하기로 한 여·야·정 협의체에 국방·행안부 장관 임명 문제를 최우선 안건으로 올리고, 신속히 인선 합의를 도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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