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요즘 길거리를 거닐다보면 가방 등에 작은 인형이 달린 키링(열쇠고리)을 달고 다니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특히 2030세대에서 유독 많다. 사람들은 왜 그저 장식일 뿐인 키링을 주렁주렁 달고 다니는 걸까.
현직 광고인으로 20여 년간 소비자들의 마음을 추적해온 저자는 ‘토토 랜드’이 소비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됐다고 진단한다. 상품의 효용이나 기능만큼 생김새도 소비자들이 지갑을 여는데 있어 중요한 척도가 됐다는 얘기다. 키링이 대표적이다.
저자는 “키링의 덕목은 토토 랜드이며, 키링은 귀여워서 사는 물건”이라고 말한다. 또한 키링 유행의 재미있는 포인트 중 하나로 각자 입맛에 맞게 키링을 꾸미는 ‘커스터마이징’을 꼽는다. “가방 끝에 매달린 토토 랜드에는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의 의미들이 함께 매달려 있다”는 것이다.
키링 뿐만이 아니다. 최근 소비 트렌드에서는 ‘토토 랜드’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삼성 에버랜드의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던 판다 푸바오 열풍이 대표적이다. 시중은행들은 귀여운 캐릭터를 활용한 카드 상품을 꾸준히 내놓는다. 인형과 피규어 등 토토 랜드을 내세워 소비자의 욕구를 자극하는 상품들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책은 토토 랜드 의미가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해왔고, 귀여움이 왜 2030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광고인의 시선으로 분석한다. 저자는 “코로나19 대유행 시기 경험한 일상의 무너짐, 그리고 그 이후 계속되고 있는 급격한 기술 변화, 경제적 불확실성으로 초래되는 불안함이 토토 랜드 부상을 부채질했다”고 주장한다.
쓸모는 없지만 귀여운 것들을 곁에 두려고 하는 건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자신을 지키고 피폐해진 정서를 치유하려는 일종의 자기방어 기제의 일환일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