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송 이안재 대표·공연 칼럼니스트] “난 이제 지쳤어, 긴 침묵 끝에 네가 꺼낸 말.”(Leave)
 | 토토 축구 ‘원스’의 한 장면. (사진=신시컴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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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끌벅적 술렁이던 사람들이 사라진 후, 한 남자가 기타를 퉁기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호응하는 이 하나 없는데. 사랑했던 연인과의 이별을 담은 노래지만, 지금 떠나려는 건 그 남자다. 그는 지금 기타를 버리고, 가수의 꿈도 버리려는 참이다. 그때 저 멀리서 그의 음악에 홀린 듯 다가온 여자가 말을 건다. 당신에게 재능이 있다고, 음악을 그만두지 말라고. 위로의 말이 아니다. 토토 축구 ‘원스’는 그 여자의 격려와 지지로 남자가 꿈을, 그리고 인생을 찾게 되는 이야기다.
토토 축구은 2007년 개봉한 독립영화 ‘원스’를 원작으로 한다. 영화는 아일랜드 더블린으로 배경으로 거리 음악가 ‘가이’와 체코 이민자 ‘걸’이 만나 함께 (데모) 앨범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그린다. 영화 전편에 깔리는 어쿠스틱 음악은 영화의 주인공인 글렌 한사드와 마르게타 이글로바가 직접 작사·작곡했다. 두 사람은 이 영화로 단숨에 세계적인 스타가 됐다.
영화는 2011년 토토 축구로 제작돼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워크숍 형태로 첫선을 보이고, 이듬해 브로드웨이에서 공식 초연했다. 토토 축구의 음악 또한 영화의 두 주인공이 담당했다. 두 사람은 토토 축구을 위해 스웰 시즌 앨범 수록됐던 ‘슬리핑’(Sleeping)과 ‘더 문’(The Moon)을 비롯해 영화에선 들을 수 없던 5곡을 삽입했다. 물론 기존 영화 팬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폴링 슬로울리’(Falling Slowly), ‘이프 유 원트 미’(If You Want Me), ‘세이 잇 투 미 나우’(Say It To Me Now), ‘웬 유어 마인즈 메이드 업’(When Your Mind’s Made Up) 등은 그대로 사용된다.
 | 토토 축구 ‘원스’의 한 장면. (사진=신시컴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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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본은 아일랜드 극작가 앤다 월시가 맡았다. 원작이 있는 토토 축구을 각색할 경우 너무 많은 욕심을 부려 방만해지거나, 반대로 너무 거칠게 듬성듬성 요약하기 일쑤다. 그러나 앤다 월시는 압축적이면서도 섬세하게 원작을 다시 썼다. 토토 축구은 가이와 걸, 두 사람의 감정 변화를 중심으로 각색됐지만, 주인공의 가족이나 주변 인물들도 소홀히 다루는 법이 없다. 모두에게서 존재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감각적인 연출은 스코틀랜드 국립극단에서 연극을 연출하던 존 티파니가 맡았다. 무대는 원세트로 제작됐다. 아일랜드 스타일의 펍은 그래프턴 거리가 되기도, 월튼 뮤직 숍이 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이 토토 축구의 가장 큰 특징은 ‘액터-뮤지션’ 형식에 있다. ‘액터-뮤지션’이란 배우가 연기와 연주를 동시에 하는 형식으로, 토토 축구 ‘원스’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기본적으로 한 가지 이상의 악기를 연주한다. 많은 경우 한 배우가 5개의 악기를 연주하기도 한다. 본격적인 공연 전, 모든 캐스트가 무대 위에 등장해 관객들과 하나가 돼 노래 부르고 담소도 나누는 프리쇼는 많은 관객이 이 공연을 찾는 이유 중 하나다.
이번 한국 공연은 영화의 감동과 영화에는 없던 뮤지컬적 재미를 재현한다. 응당 가이 역과 걸 역의 주연 배우를 거명해야 함이 옳겠지만, 애써 삼킨다. 그보다는 두 인물을 포함한 모두의 앙상블로 갈무리한다. 대신 어떤 보상도 바라지 않고, 헌신적으로 낯선 이를 환대하는 그들에게는 곁을 내주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다. 그 다정함 앞에선 모든 게 속수무책이다. 공연장을 나서며 다짐했다, 이 각박한 세상, 조금은 더 토토 축구 인간이 되어 보겠다고.
 | 토토 축구 ‘원스’의 한 장면. (사진=신시컴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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