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선우 기자] 대도시 위주였던 ‘토토 도박’ 지정이 중소도시로 확대된다. 올 상반기 중 대도시와 중소도시 토토 도박 2~4곳을 하나로 연결하는 ‘광역권 협력’도 추진한다. 올 연말까지 전국 토토 도박 활성화에 투입되는 정부·지자체 예산만 50억 원이 넘는다. 중소도시의 국제회의 유치·개최 역량을 끌어올려 광역 대도시 중심의 마이스(MICE) 산업 성장세를 ‘균형 발전’ 모드로 전환하기 위한 시도이자 조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울산과 강원 원주, 전남 여수, 전북 군산을 ‘예비 토토 도박’로 공식 지정했다. 기존 복합지구 7곳에 예비지구 4곳이 더해지면서 토토 도박는 모두 11곳이 됐다. ‘토토 도박’는 전문시설인 전시컨벤션센터를 중심으로 최대 400만㎡ 안에 숙박과 쇼핑, 공연 등 국제회의 개최에 필요한 연계시설을 갖춘 ‘마이스 집적단지’다.
 | 토토 도박 복합·예비지구 지정 현황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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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다로운 토토 도박복합지구 지정 요건 완화토토 도박는 전문·집적시설 규모와 실적 등 지정 요건에 따라 ‘복합’과 ‘예비’로 나뉜다. 복합지구는 2000명 이상 수용이 가능한 회의실에 면적 2000㎡ 이상 옥내외 전시장, 객실 30실 이상 4·5성급 호텔 등 숙박시설, 객석 300석 이상 공연장, 전년도 또는 직전 3년간 평균 5000명 이상 외국인 참가자 등 시설 규모와 실적이 모두 충족해야 한다. 2018년 경기 고양과 광주, 인천을 시작으로 2020년 대구와 부산, 2022년 대전과 경북 경주가 ‘국제회의복합지구’로 지정됐다.
올해 신설된 예비지구는 기존 복합지구 요건 중 시설 규모와 실적이 1~2개 이상만 충족하면 지정할 수 있도록 기준을 완화하면서 대상 지역이 ‘현재 완성형’에서 ‘미래 가능형’으로 확대됐다. 첫 예비 토토 도박에 지정된 울산, 원주, 여수, 군산이 미완인 인프라 확충과 산업 생태계 구축 등에 필요한 강력한 동력을 확보하게 됐다는 평가를 받는 배경이다.
 | 군산새만금컨벤션센터(지스코)(사진=전북특별자치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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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은 코로나19 확산이 한창이던 2021년 4월 개장한 울산전시컨벤션센터(유에코) 활성화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 반경 10㎞ 이내에 있는 서울주문화센터, 암각화박물관,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 등 집적시설과의 연계성 강화로 40% 초반대인 센터 가동률도 올라갈 것으로 울산시는 기대하고 있다. 김미경 울산광역시 관광과장은 “유에코 일대 예비지구가 울산의 산업도시 이미지를 문화와 생태, 관광이 융합된 관광·마이스 도시로 바꾸는 중추적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김 과장은 또 2028년 태화강 국가정원 일대에서 열리는 ‘토토 도박정원박람회’의 시너지 효과를 키우는 지원시설 역할도 할 것으로 내다봤다.
군산도 예비지구 지정으로 군산새만금컨벤션센터(지스코) 활성화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게 됐다. 전북도 내 유일한 마이스 전문시설인 지스코는 개관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부족한 주변 인프라와 낮은 접근성으로 지역사회에 기대한 만큼의 효과를 가져다주지 못했다. 이정석 전북특별자치도 문화체육관광국장은 “신항만과 입인 철도, 토토 도박공항 등 ‘트라이포트’ 구축 등 새만금종합개발에 맞춰 지스코 일대 마이스 인프라 확충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한 뒤 “장기 인프라 확충 계획을 통해 복합지구 지정에도 도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여수세계박람회장(사진=여수광양항만공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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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는 덕충동 여수항 인근 여수세계박람회장 일대 재개발과 연계해 추진 중인 컨벤션센터 건립에 더욱 힘이 실릴 전망이다. 여수는 현재 전남도, 여수광양항만공사와 함께 2029년 전후 착공을 목표로 ‘전남 1호’ 컨벤션센터 건립을 추진 중이다. 2023년 역대 최대인 1356건의 행사·단체 유치에 이어 지난해 역대 가장 많은 42만 명 마이스 방문객 유치 실적을 올린 여수는 세계박람회장 주변으로 웬만한 대도시 수준의 숙박, 관광 인프라를 갖췄다.
부담금 감면, 공공·민간투자 활성화 기대
원주는 이번 예비 토토 도박 지정의 최대 하이라이트이자 파격으로 손꼽힌다. 유일하게 컨벤션센터가 아닌 민간이 운영하는 리조트(오크밸리)를 중심으로 예비지구 지정을 받으면서 마이스 집적단지 개발의 새로운 모델과 기준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최성현 강원관광재단 대표는 “원주는 수도권과 중부권을 잇는 관문 역할을 하는 곳으로 예비지구 지정으로 관광·마이스 수요를 인근 시군으로 퍼뜨리는 허브 역할도 할 것”으로 기대했다.
예비 토토 도박 신설로 기대되는 효과는 공공과 민간 부문의 투자 활성화다. 그동안 당장 필요하지 않다는 이유로 예산 배정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일쑤였던 인프라 확충, 시장 활성화에 필요한 선행 투자가 예비지구 지정으로 객관적인 명분과 근거를 갖추게 됐다. 민간투자 유치를 위해 단체장 재량하에 토토 도박 내 전문·집적시설의 개발부담금, 교통유발부담금, 대체초지조성비, 농지보전부담금, 대체산림자원조성비 등 각종 부담금 감면도 가능하다.
 | 원주 오크밸리 (사진=원주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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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용한 문체부 융합관광산업과장은 “국비에만 의존하지 않고 지역에서도 적극적인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 예산을 정부, 지자체가 동일한 비율로 부담하는 일대일 매칭 방식으로 배정, 운용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지역 특성을 반영한 마이스 도시 브랜드 개발도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광주와 대구, 대전, 부산 등은 ‘마이스 파크’, ‘사이언스 파크’, ‘해비뉴’ 등 지역 특성을 반영한 복합지구 브랜드를 토토 도박 유치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예비지구에 선정된 울산은 ‘타임로드 컨벤션 시티’를 도시 마이스 브랜드로 개발했다.
정광민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은 “토토 도박가 제 성과를 내려면 지역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투자는 필수”라며 “전문·집적시설의 연계성 강화 등 인프라와 시스템 구축 외에 자체 브랜드와 토종 국제회의 개발 등 콘텐츠 발굴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