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토사이트;'빨래' 20주년 감개무량…시대 초월 명작 됐으면&토토사이트;

뮤지컬 '토토사이트' 민찬홍 작곡가 인터뷰
초연 이후 6000회 공연으로 130만 관객 동원
오픈런 뮤지컬계 대표작으로 자리 잡아
"보편적 정서 녹인 이야기의 힘 덕분"
"따뜻하고 서정적인 음악 창작 위해 노력"
"변화무쌍함 추구…장수작 또 만들고파"
  • 등록 2025-04-07 오후 6:30:00

    수정 2025-04-07 오후 6:30:00

[토토사이트 김현식 기자] ‘당신의 젖은 마음 빨랫줄에 널어요 / 바람이 우릴 말려 줄 거예요 / 당신의 아픔 마음 꾹 짜서 널어요 - ♪’

뮤지컬 ‘토토사이트’의 대표 넘버 ‘서울살이 몇 핸가요?’ 가사 중 일부다. 고단한 삶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소시민들의 이야기를 그리는 작품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넘버로 어느덧 20년째 관객들의 마음에 위로와 희망을 전하고 있다.

토토사이트
뮤지컬 ‘토토사이트’의 민찬홍 작곡가(사진=김현식 기자)
‘토토사이트’가 올해로 20돌을 맞았다. 2005년 초연 이후 6000회가 훌쩍 넘는 공연으로 약 130만 명의 관객들과 호흡하며 국내 오픈런 공연계 대표작으로 거듭한 이 작품은 20주년이라는 금자탑을 쌓으며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최근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한 ‘토토사이트’의 작곡가 민찬홍은 “20주년을 맞이하게 되어 감개무량하다”며 “꾸준한 사랑과 관심을 보내준 관객들과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2003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공연으로 출발한 ‘토토사이트’는 수정 작업을 거쳐 2005년 국립극장 별오름극장 무대에 오르면서 정식 공연으로 발돋움했다.

민찬홍은 “한예종 재학 당시 같은 수업을 들은 추민주 연출의 제안으로 ‘토토사이트’ 음악 작업을 시작했다. 그땐 작품이 이렇게까지 오랫동안 사랑받게 될 거라고 예상하지 못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정서를 다룬 작품이라는 점이 오랫동안 사랑받은 장수 비결이라고 생각한다”고 말을 보탰다.

‘토토사이트’의 인기 상승 주요 분기점으로는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진행한 2009년 공연을 꼽았다. 민찬홍은 “뮤지컬계 스타인 홍광호 배우와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임창정 배우가 솔롱고 역으로 출연한 덕분에 작품이 널리 알려질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토토사이트
뮤지컬 ‘토토사이트’의 ‘비 오는 날이면’ 넘버 장면(사진=씨에이치수박)
토토사이트
뮤지컬 ‘토토사이트’의 ‘서울살이 몇 핸가요?’ 넘버 장면(사진=씨에이치수박)
‘토토사이트’는 서점에서 일하는 서울살이 5년 차 나영과 공장에 다니는 몽골 출신 청년 솔롱고가 달동네에서 함께 지내며 인연을 쌓아가는 과정을 주 내용으로 다룬다. 더불어 나영의 단칸방 집주인 주인할매, 동대문에서 옷 장사를 하는 희정엄마 등 저마다의 사연을 지닌 각양각색 인물들의 이야기를 함께 그려내며 애틋함을 자아낸다.

민찬홍은 “대구 출신인 추민주 연출이 서울에서 자취생활을 하며 겪은 경험담을 녹여 쓴 대본에 충실한 음악을 만들어내는 데 작업의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렵고 복잡한 이야기가 아닌, 소시민들의 사랑, 외로움, 슬픔 등의 감정을 다루며 공감과 감동을 자아내는 작품인 만큼, 음악 또한 친숙한 대중음악 형식에 초점을 맞춰 따뜻하고 서정적인 느낌이 나도록 했다”고 부연했다.
뮤지컬 ‘토토사이트’의 ‘슬플 땐 토토사이트를 해’ 넘버 장면(사진=씨에이치수박)
뮤지컬 ‘토토사이트’의 ‘참 예뻐요’ 넘버 장면(사진=씨에이치수박)
초연 때까지만 해도 ‘토토사이트’의 넘버는 단 7곡뿐이었다. 민찬홍은 “연극적 느낌이 짙었던 작품을 보다 폭넓은 관객층이 즐길 수 있는 오픈런 공연으로 변화시키고자 추가 작업을 진행했고, 그 결과 18곡의 넘버로 이뤄진 지금의 형태로 발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1막을 매듭짓는 애잔한 단체곡 넘버인 ‘비 오는 날이면’을 비롯해 각각 솔롱고와 나영의 솔로 넘버인 ‘안녕’과 ‘한 걸음 두 걸음’ 등이 추가 작업을 통해 작품에 포함된 곡이다.

민찬홍은 “‘비 오는 날이면’의 경우 단체곡인 데다가 템포 전환이 많아 작업이 가장 까다로웠던 곡”이라며 “곡 작업을 끝내고 연출에게 승낙까지 받았음에도 부족하다고 느껴져서 뒤엎고 새로 썼을 정도로 공을 많이 들여서 애정이 남다르다”고 밝혔다.

관객들에게 가장 큰 사랑을 받은 넘버로는 작품의 밑바탕이 된 넘버 중 하나인 ‘서울살이 몇핸가요?’를 꼽았다. 민찬홍은 “외로움과 슬픔을 느끼며 힘든 삶을 살아가는 이들을 위로하는 노래라 울컥함을 느끼신 분들이 많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뮤지컬 ‘토토사이트’의 민찬홍 작곡가(사진=김현식 기자)
‘토토사이트’는 지난달 12일 대학로 인터파크 유니플렉스 2관에서 30번째 프로덕션의 막을 올렸다. 민찬홍은 “‘토토사이트’에 담은 이야기와 음악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분들의 마음을 보듬어 드리는 매개물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더불어 그는 “장기적인 바람은 ‘토토사이트’가 시대를 타지 않는 명작으로 거듭나 30주년, 40주년을 맞으며 계속해서 관객과 만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찬홍은 ‘토토사이트’를 통해 입봉한 뒤 ‘랭보’, ‘렛 미 플라이’ 등 공연 애호가들에게 사랑받은 여러 뮤지컬 작품의 작곡을 담당했으며, 최근에는 신작 ‘모리스’ 음악을 창작했다. 뮤지컬뿐만 아니라 연극, 영화, 드라마, 광고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활동 중이다.

민찬홍은 “주 전공 장르는 클래식이지만, 작품 작업에 임할 땐 스토리를 충실히 반영한 음악을 쓰기 위해 노력한다”며 변화무쌍함을 자신의 지향점이자 강점으로 짚었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토토사이트’처럼 오랜 시간 동안 사랑받는 창작 뮤지컬 작품 음악을 계속해서 만들어내는 것이 뮤지컬 작곡가로서의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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