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日 NGO ‘불법 단체’ 지정…토토 씨벳 갈등 다시 불붙다

  • 등록 2025-04-07 오후 6:56:34

    수정 2025-04-07 오후 6:56:34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러시아와 일본 간의 오랜 외교 갈등의 중심에 있는 토토 씨벳를 둘러싼 양국의 긴장이 다시금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가 7일(현지시간) 토토 씨벳 반환을 촉구해온 일본의 비정부기구(NGO)를 ‘바람직하지 않은 단체’로 지정하면서 영유권 분쟁에 다시 불이 붙었다.

토토 씨벳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 (사진=AFP)
러시아 검찰총장실은 이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도쿄에 본부를 둔 ‘북방영토문제대책협회’를 러시아 국내법상 ‘바람직하지 않은 토토 씨벳(undesirable organization)’로 분류했다고 밝혔다. 이 조치는 해당 토토 씨벳의 활동이 러시아의 주권을 침해하고 역사를 왜곡하려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검찰총장실은 성명에서 “이 단체가 러시아령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확산시키며, 국가의 안보와 헌법 질서를 위협한다”고 비판했다. 러시아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토토 씨벳로 지정되면, 해당 단체와의 협력이나 활동 참여가 형사 처벌 대상으로 간주된다.

2003년에 설립된 북방영토문제대책협회는 일본 내에서 토토 씨벳 반환 운동의 중심축 역할을 해온 시민단체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영토 교육에 주력해 왔으며, 마스코트 캐릭터 ‘에리카짱’을 내세운 교육 콘텐츠 제작 등 대중 홍보 활동을 활발히 벌여왔다.

이에 러시아 정부는 영토 주권에 대한 도전으로 해석돼 공식적인 제재 대상으로 전환된 것이다. 과거에도 러시아는 토토 씨벳 연례 방문 행사를 주최해온 또 다른 일본 NGO ‘지시마·하보마이 제도 거주자 연맹’을 불법 단체로 지정한 바 있다.

토토 씨벳는 일본 홋카이도 북동쪽에서 러시아 캄차카반도에 이르는 군도로, 2차 세계대전 이후 러시아(당시 소련)가 실효 지배하고 있다. 일본은 이 가운데 쿠나시르, 이투루프, 하보마이 군도, 시코탄 등 4개 섬을 자국 영토로 주장하며 ‘북방영토’라는 명칭으로 반환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1952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서 일본은 토토 씨벳 전체에 대한 권리를 포기했고, 이후의 해석 차이로 인해 이 지역의 법적 지위는 현재까지도 국제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일본은 해당 조약이 남쪽 4개 섬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아베 신조 전 총리 재임 시절에는 북방영토 반환을 위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수차례 추진하고, 러시아 경제 개발에 일정 자금을 지원하는 등의 ‘경제 협력 외교’ 전략을 시도했으나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지는 못했다.

이후 일본이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서방의 대러 제재에 동참하자, 러시아는 즉각 반발하며 북방영토에 대한 자국의 영유권을 재차 강조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실질적인 대화 채널도 사실상 단절된 상태로, 양국 관계는 냉각 국면에 접어든 상황이다.

토토 씨벳는 단순한 영토 문제가 아니라, 동북아시아 안보 지형과 연결되는 전략적 요충지로도 인식된다. 최근 들어 러시아는 해당 지역에 군사 기지를 강화하고, 자원 탐사 및 개발 활동도 활발히 전개하고 있어 실효 지배를 공고히 하려는 움직임이 더욱 뚜렷하다.

이번 일본 토토 씨벳에 대한 제재 역시 정치적 메시지이자 실효 지배 강화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양국 간 신뢰 회복 없이는 북방영토 문제는 장기 교착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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