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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82배 수준이다. 지난 7일에는 0.81배를 찍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2020년 5월 이후 최저치다. PBR은 현재 주가를 주당 순자산으로 나눠 구하는데, PBR이 1배 미만이면 주가가 청산 가치보다 낮다는 의미다. PBR은 금융당국이 밸류업 지수 선정 시 기업의 저평가 여부를 판단하는 핵심 지표 중 하나로 활용된다.
최근 지수가 하방압력을 받으면서 코스피·코스닥 상장사의 PBR도 하락하고 있는 모습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취급하는 2576개 상장사의 PBR을 2020년부터 5년간 추적 분석한 결과, 5년 만에 최저 PBR을 기록한 상장사는 1725곳이다. 특히 코스피 상장사의 경우 PBR 1배 미만 기업은 지난해 3월 기준 69%였으나 지난달 73%로 오히려 늘었다. 밸류업 프로그램이 도입돼도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현상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를 두고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토토 꽁머니 디시 영향이 크다고 분석한다. 미국이 전 세계를 상대로 ‘토토 꽁머니 디시 전쟁’을 선포했고, 기업의 펀더멘털과 상관없이 주가를 끌어내렸기 때문이다. 코스피는 이날 2300선이 무너지면서 1년 5개월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트럼프발 토토 꽁머니 디시에 밸류업 ‘원점’…외국인 ‘이탈’ 가속
문제는 불확실성이 계속 이어지면서 외국인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본래 밸류업 프로그램의 취지는 기업이 자구책을 세워 스스로 저평가를 해소하고 외국인 등의 자본을 끌어와 주가를 부양시키는 것인데 트럼프발 토토 꽁머니 디시 ‘악재’가 밸류업 프로그램이라는 ‘호재’를 압도한 모습이다.
높아지는 달러·원 환율도 부담이다.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 외국인 입장에서는 환차손 리스크를 회피하고자, 안전한 달러 자산으로 이동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이날 달러·원 환율은 3개월 만에 최고치로 개장해 전 거래일 대비 10.9원 오른 1484.1원에 마감했다.
증권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카드’로 쓸 것이라 예상했던 상호토토 꽁머니 디시 조치가 결국 발효됐고, 중국과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시장에 우려가 지속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내달 진행되는 ‘밸류업 공시’ 우수 표창 등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도 줄어들 전망이다.
이웅찬 iM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많이 내려와 있는 상태고, 대선 및 내수부양 기대감, 토토 꽁머니 디시 협상 가능성 등을 고려한다면 추가 하락 폭이 크지는 않을 것이나 그렇다고 상승할 이유도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결국 상승 추세의 회복은 토토 꽁머니 디시 정책의 축소와 미 연준의 금리 인하로부터 시작하기에 4~6월의 협상과정을 자세히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