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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저는 정치권의 공방과는 별개로, 소위 ‘K-토토 로얄’ 논쟁이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토토 로얄가 앞당기고 있는 인공지능(AI)시대에는 부의 재분배 문제를 다른 관점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AI는 추가적인 노동력 투입 없이 많은 작업을 자동화하여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부가가치를 증가시킵니다. 생산의 3요소인 노동, 자본, 자연자원 중에서 인간의 노동이 로봇 기술과 생성형 AI에 의해 대체될 수 있다는 겁니다.
심지어 앞으로 3~4년 내에 도래할 수 있는 인간 수준의 일반 인공지능(AGI)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주당 60시간을 일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세르게이 브린 구글 공동 창립자는 ‘제미나이’ 개발을 담당하는 구글 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주당 60시간, 하루 12시간 근무를 요청하며 더 열심히 일해 달라고 당부했다는 뉴욕타임스 보도도 있었습니다. 최고 엘리트들이 앞장서 인간 수준의 AI 개발을 위해 밤을 새워가며 작업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재명 대표의 ‘K-토토 로얄’ 발언은 이러한 고민을 다룰 수 있는 중요한 주제입니다.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AI가 많은 일자리를 대체하고, 그로 인해 세수를 확보하기 어려워지며 부의 불평등이 심화된다면, 국민연금이나 국부펀드 등을 활용해 AI 혁신기업에 투자하고, 향후 이들 기업에서 발생하는 부가가치를 전 국민이 나누자는 취지이기 때문입니다.
한 인터넷 기업 전문가는 “이재명 대표의 발언은 토토 로얄를 예로 들었지만, 유망한 AI 기업에 국부펀드가 극초기부터 투자하면 투자 지분의 가치가 증대되고, 그로 인해 얻어진 가치를 전 국민에게 혜택으로 나누자는 정도의 논의로 본다”고 말하며, “앞으로 중요한 것은 수박 겉핥기식 비난과 조롱이 아니라, AI 시대의 부의 재분배에 대해 구체적이고 건설적인 논의를 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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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최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반도체·이차전지·바이오·AI·로봇 등을 위한 50조원 규모의 첨단 전략 산업 기금 사용 방안을 발표하면서, 초저리 대출과 지분 투자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겠다고 했습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정부가 지분을 투자하는 방식만으로 사회주의적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다만, 포스코나 KT의 사례를 보면, 과거에 정부가 지분을 투자한 적이 있다는 이유로 현재 민영화된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거버넌스에 간섭하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AI는 특정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마치 ‘불의 발견’처럼 사회의 기반 기술로 자리잡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과 정부의 관계도 미래 세대를 위한 관점에서 재설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