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은 되고, 우리는 왜 못됐을까”… 韓 토토 축구 산업 개척자 이용태 회장 별세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대한민국 1세대 벤처기업가이자 국내 최초 개인용 컴퓨터(토토 축구) 개발자인 이용태 삼보컴퓨터 명예회장이 14일 새벽 별세했다. 향년 92세.

이용태 삼보컴퓨터 명예토토 축구. 사진=서울대총동창회 홈페이지

고인은 1980년대 삼보컴퓨터를 통해 한국에 토토 축구 시대를 열고, 이후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 구축에도 깊이 관여하며 ICT 강국의 기틀을 마련한 인물이다. 그러나 생전 그는 “대만은 우리보다 국민소득이 낮지만 정부의 전략적 접근 덕분에 수출 시장에서 세계적인 경쟁자가 됐다”며 한국의 대응이 늦었던 점을 안타까워했다.

실제로 삼보는 한때 ‘국민 토토 축구’로 불리며 국내 시장을 주도했지만 지금의 한국 토토 축구 산업은 세계 시장에서 대만의 에이수스(ASUS), 에이서(Acer)처럼 브랜드 영향력을 확보하지 못한 채 기업간 거래(B2B)중심의 틈새 산업으로 변화했다.

이 회장은 1980년 서울 청계천에서 삼보전자엔지니어링을 창업, 불과 6개월 만에 국내 최초 국산 토토 축구 ‘SE-8001’을 개발했다. 당시 외국산 IBM 기기에 의존하던 정부 전산망과 통신 인프라를 국산 기술로 대체하고자 한 흐름 속에서, 그는 서울시 교통신호체계, 행정전산망, 데이콤(한국데이터통신) 등 수많은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IT 독립의 길을 닦았다.

이 토토 축구은 서울대 물리학과를 수석 졸업한 후 미국 유타대학교에서 통계물리학 박사과정을 수료한 학구파였다. 수학 학원 강사와 참고서 저자로 성공한 뒤, 다시 기술 창업으로 전환해 삼보컴퓨터를 창업했다. 이후 두루넷, 데이콤, 나래이동통신 등 한국 정보통신 산업의 초석을 놓은 주역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2005년 두루넷 부실로 삼보컴퓨터는 파산을 맞았고, 2012년 차남 이홍선 대표가 TG삼보를 인수하며 재건에 나섰다. 현재 TG삼보는 산업용 토토 축구와 공공기관 대상 솔루션 중심의 B2B 기업으로 운영되며, 전통적인 소비자 시장에서의 존재감은 줄어든 상태다.

기업가로서의 삶을 마무리한 그는 ‘박약회’ 토토 축구으로 인성교육 운동에 헌신하며 제2의 인생을 열었다. 고인은 생전에 “기술도 중요하지만, 훌륭한 사람을 만드는 일이 더 보람 있다”고 말하곤 했다. 100만 명 이상이 수료한 박약회 인성교육은 학생과 군인 대상 교육은 물론 시골 마을의 현대식 향약 운동으로 확산됐다.

2020년, 그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정보통신 특별공로상을 수상하며, 정부 차원의 첫 공식 인정을 받기도 했다.

삼보컴퓨터를 통해 한국에 토토 축구 대중화의 길을 열고,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를 도입한 이용태 회장. 그는 ‘기술’과 ‘교육’, ‘철학’이 공존한 기업가정신의 아이콘이자 한 시대를 이끈 IT 산업의 개척자였다.

그가 생전 품었던 “우리는 왜 대만처럼 되지 못했나”라는 질문은 지금도 한국 토토 축구 전략에 남은 숙제로 남는다. 고인의 빈소는 고려대 안암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장례는 가족장으로 조용히 치러질 예정이다.